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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양보험 코앞인데 넘을 산은 많고..."
작성자 선양 작성일 2008-05-26 조회수 2634/2

"요양보험 코앞인데 넘을 산은 많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4월 15일부터 접수에 들어간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가 5월 19일을 기점으로 10만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제5의 사회보험'이라는 불리는 새로운 제도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우려와 불신으로 가득하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의 3% 남짓에 불과한 16만여명에 불과한 서비스 대상자의 협소함, 등급외 판정을 받게 될 사람들의 반발, 그리고 별반 혜택이 없는 젊은층의 보험료 납부 저항, 여기에 시설 부족과 난립하는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그리고 각 이해 단체 간의 상충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KDI "제도 문제 많다" vs 복지부 '국민 호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둘러싼 최근 논란의 불씨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원(KDI)가 지폈다. KDI는 지난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재정부담 증가 가능성 △관대한 요양등급 판정 가능성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보고서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며 △인구고령화 변수가 재정추계에 명확히 반영되어 있고 △등급판정위 구성 15명 중 8명을 공단추천 인사로 구성했으며 △시범사업 결과 오히려 시설입소시 본인부담금이 과다하다는 민원이 속출하는 등 KDI의 문제 제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 요양시설은 부족, 요양보호사는 넘쳐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우려 중 하나는 제도 도입을 위한 검토단계에서부터 불거진 시설 부족 문제다. 지난달 말 현재 노인요양시설은 충족율은 82.7%로 오는 6월말까지 추가로 건립될 시설을 합치면 91.8%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지역별 불균형으로 인해 강릉, 광주, 전담 등 일부 지역은 충족률을 100% 넘긴데 반해, 수도권 등은 85.7%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은 수도권이 아닌 자체로만 계산할 경우 53.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 수혜대상 노인의 절반은 서울을 떠나야 치료를 받는다는 말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지역에서 님비 현상 때문에 요양시설을 짓고 싶어도 짓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설 충족률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인 대구에서는 모재단이 60병상 규모의 노인요양원을 지으려 했으나 주민 민원 때문에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현재는 소송을 진행중이다. 북구 도담동에 들어서는 또 다른 재단의 요양원도 행정소송 끝에 겨우 건축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케어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는 오히려 공급 과잉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요양보호사 1급의 경우 240시간 교육, 2급은 120시간 교육만으로도 학력 제한 없이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알려지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관들이 앞다퉈 교육기관 설립에 나서면서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경인지역의 경우 지난달 30일 현재 등록된 장기요양보호사 교육기기관은 모두 213곳인데, 일부 교육기관들은 과당경쟁 탓에 교육비를 낮춰받고 교육시간도 단축하는 등의 편법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남발해 지역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 탈락자, 납부자 반발은 어떻게
또 하나 염려되는 문제 중 하나는 등급 판정 탈락자의 반발이다. 치매를 앓고 있거나 가족의 부양이 불가능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단지 거동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등급외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인주간보호시설의 경우 앞으로 3년간만 국ㆍ시비 지원예산을 현재의 55% 수준으로 지원받고, 이후에는 요양보험급여만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 시설 이용자 중 등급외 판정자들은 결국 인상된 이용료를 내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인구 3%를 위해 '불효보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요약하면 장기요양 보호가 필요한 환자로 추정되는 72만명 가운데 서비스 대상자 16만명을 제외한 나머지 56만명은 일종의 요양보험 사각지대에 남게 되는 셈이다.

가장 큰 뇌관은 바로 보험료 납부 문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7월부터 시행되면 기존 건강보험료 납부자들은 건강보험료의 4.05%를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직장인은 의외로 많지 않다.

지난해 장기요양보험 3차 시범지역을 직접 취재했던 김양중 한겨레신문 기자는 "실질적으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지금과 상황이 매우 다를 것"이라며 "결국 보험료 저항과 사회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총 인구의 0.3%, 노인 인구의 3.1%에 불과한 16만명을 위해 젊은 층이 돈을 납부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노부모를 모신 가정이야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악화된 경제상황과 맞물려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면 그 반발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될지 모른다.

■ 단체들의 발발도 변수
이번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바로 요양병원이다. 기존에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이 '간병비 부담'을 이유로 요양시설로 이탈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 현재 정부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요양병원의 간병비 지급을 꺼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요양병원협의회는 "의료적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요양시설로 전원하게 되면 대다수 노인환자들은 적절한 처치가 불가능해 당초 장기요양모험 취지인 요양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노인장기요양보험 관련 토론회에서도 참석한 대다수 의사들은 "의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제도상 크게 배제되어 있다"며 "의사가 없는 요양시설에서 중증환자들이 얼마나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겠느냐"고 현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존 재가노인복지시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사회복지시설로 구분돼 세법상 공제 대상의 기부금도 받을 수 있었지만, 요양보호기관이 되면 사실상 병의원처럼 취급받게 돼 결국에는 시설과 시설종사자들의 권익이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3년 뒤에는 요양보험급여만으로 시설을 운영해야 하는 일종의 모험도 감수해야 한다.

■ 정부 긴급 담화문...설득 나서
불과 1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제도에 대해 이처럼 설왕설래 말이 많자 급기야 정부가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고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 구하기에 나섰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5월 16일 공동 명의의 협조문에서 정부는 "한정된 재원 탓에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간병인 비용을 지원해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양해를 구한 뒤 "장기요양보험료가 월 평균 2,700원 내외로 부과될 전망인만큼 고통 받는 분들을 서로 돕는 품격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함께 동참하여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관계자에 대해서는 "일부 지역에서 교육기관이 난립하여 과열경쟁과 부실교육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높은 직업윤리와 사명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소홀히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또 노인요양시설 및 재가노인복지시설 관계자에게는 "여러분들께서 다소 불안을 느끼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열심히 노력하여 어르신들을 잘 모시는 시설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보다 개선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어쨌거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실제 호주머니에서 보험료가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젊은 층이 반발하고 정작 어르신 탈락자는 속출하는데, 그나마 등급 판정 받은 어르신들조차 갈 시설이 없고...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단지 '괴담'에 머물지 아니면 현실이 될지 지금 보건복지가족부는 새 정부 들어 첫 시험대 위에 서 있다. 


복지타임즈 200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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